사람들은 모두 저 앞 번지르한 기념탑에만 가지
이곳은 안온다네
저 제5묘원 앞 정자에 앉아 있어 보면
좌로 무덤이 수천개
우로 무덤이 수천개
앞으로 무덤이 수천개
뒤로 무덤이 수천개라
심지어 묘지가 너무 많아 샐 수가 없을 지경이니
사람들은 모두 저 앞 기념비 몇십개 묘지만 보고 가지
이곳 묘지들의 한복판에는 와본적이 없을 것이네
산을 뉘여 한면을 깍아 전부 묘지인데
그 뒤에 또 한면을 깍아 전부 또 묘지일세
저 묘지 끝자락에 가면 또 묘지가 계속 있는데
이게 대체 몇명이 죽었는지 대체 숫자가 몇명인지
셀 수가 없을 지경이네
봉분과 봉분 대리석 이름 석자만이 가득한데
백미터를 걷고 나면 또 묘지들이 줄지어 있고
능선을 넘어가면 반대편 능선에도 묘지들이 가득차다
저 사진 제 5묘원 중앙에 정자에 앉아 있어보니
온 천지가 묘지들 뿐이더라
좌 우로 수천
앞 뒤로 수천
저 정자에 가만히 앉아 있다 무심코 생각한다.
이 많은 자들이 죽었는데
전씨는 살아있다니
이 많은 수천명의 원한을 어찌 달랠고...
저 제5묘원 정자에 우두커니 앉아서
생각해 보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