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연
칠석마다 옥황상제 따님이
태백산 상봉에 사뿐 내려앉아
비단결로 땅내음 맡고
올라간다 하더이다
비단결에 태백산이 다 닳아 평지가 되면
한 겁이라 이르고
그렇게 또 태백산 억 개가 닳아 평지가 되면
한 겁이라 이르고
그제서야 비로서 남과 여가
만난다 하더이다
부서진 해적선 뱃머리의 송판 한 조각
파도에 밀려다니며 세월을 얽어
관솔이 빠져나간 구멍 하나
생겼다 하더이다
천 년에 한 번 숨 쉬는 거북이
깊은 바다 속에서 솟아올라
숨 한 번 마악 쉴 참에
왜 하필 거북이 그 구멍으로
머리를 내밀고 숨 쉰단 말이오
인연이란 그렇다 하더이다.